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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칼럼

사상(四象)으로 보는 고대 중국의 점복법 영기경(靈碁經)

by 예경 2017. 5. 24.

 

 

영기경(靈棋经)은 도장경(道藏經)과 사고전서(四庫全書), 문헌통고(文獻通考) 등에 실려 있는 고대의 점복법(占卜法)입니다.


서한 시대의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 전한 시대의 황석공(黃石公)이나 장량(張良)이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누가 창시했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영기경은 일반적인 점복법과 달리 팔괘(八卦)를 사용하지 않고, 팔괘 이전의 무극(無極)과 사상(四象)을 사용하여 점을 보는 방법입니다. 무극과 사상에 대해 깊이 연구를 하시면 팔괘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의 내용들을 보실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냥 학문을 공부하듯 하는 것보다는, 신과의 감응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을 추론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전에 예서원을 통해 소개한 지장보살 점찰선악업보경 윤상점찰법처럼 오랜기간 수행한 사람에게 더 영험하게 작동하는 그런 점복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 윤상점찰법과 달리 12영기를 만들 때 지켜야할 택일과 절차가 있고 완성된 다음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야 나무조각에 불과한 12개의 영기가 신령함이 깃들어 영험한 점복도구가 됩니다. 또한 점을 보지 말아야 할 날과 점을 볼 때의 절차와 축문과 주문 그리고 퇴신주가 있으므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영험한 점을 볼 수 없습니다.


영기경은 총 125개의 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극과 사상으로 0~4의 수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극(無極)은 0이고, 하늘이며 계절도 방위도 없습니다.

소양(小陽)은 1이고, 계절은 봄 그리고 방위는 동방입니다.

소음(小陰)은 2이고, 계절은 가을 그리고 방위는 서방입니다.

노양(老陽)은 3이고, 계절은 여름 그리고 방위는 남방입니다.

노음(老陰)은 4이고, 계절은 겨울 그리고 방위는 북방입니다.



 



12개의 영기는 각각 4개씩 묶어 상중하로 표시되는데,

상은 천, 중은 인, 하는 지를 의미하며 천인지를 다르게 표현하면, 임금, 신하, 백성이 됩니다.


천인지 삼경(三經)은 공간을, 상중하 각각 4개씩 묶여 있는 사위(四緯)는 시간을 의미하며....

시공장(時空場)을 조작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2영기에서의 시공(時空)은 상은 미래, 중은 현재, 하는 과거이고 과거현재미래의 상황은 사상으로 판단합니다.


간단한 해석은, 상중하의 영기 개수와 125괘를 맞춰보아 해석을 할 수 있으며....

정밀한 해석은, 계절과 상중하 영기의 사상의 왕상휴수사 강약으로 구분한 다음,

상하-상중-중하-상중하 4분류로 나누어 각 사상의 관계성을 보아 길흉을 판단합니다.



 

 

이제 사상에 대한 설명을 올려보겠습니다.


사상(四象)은 음양에서 나왔습니다. 만물은 태극에서 음양을 거쳐 사상에 와서야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납니다. 《주역》<계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역에 사상이 있음은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는 일월성신으로, 땅에서는 산천초목으로, 사람에게는 이목구비와 사지로 드러나는 게 사상입니다. 수(數)로 봐도 그렇습니다. 동양에서 4는 사상을 의미합니다. 숫자 4는 네 귀퉁이가 생겨서 안정감이 형상이 이루어졌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상(象 )이라는 글자를 썼습니다. 상은 코끼리의 상형자입니다. 하지만 본 뜻인 코끼리보다는 모양이나 꼴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사상은 본래 풀로 점을 치는 점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한나라 때에 들어서 존재의 근원과 자연을 설명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발전합니다. 송나라 때 와서는 소강절이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합니다. 하늘은 동(動)에서 나왔고, 땅은 정(靜)에서 나왔습니다. 동에서 다시 하늘의 음양운동이 생기고, 정에서 땅의 강유(剛柔) 변화가 발생합니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사상은 여기서 연유합니다. 이후 주자를 비롯해서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사상은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공부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과목이었습니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이제마가 사상체질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킵니다. 사상은 곧 우주로부터 우리 몸을 관통하는

 

원리인 셈입니다.

 


○ 태양(太陽) = 노양(老陽)


태(太)는 크다는 뜻입니다. 태는 팔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상형자인 대(大)에서 나왔습니다. 대(大) 아래에 있는 점은 동일한 것을 나타낼 때 쓰는 부호로 대가 두 개 모인 태입니다. 태양은 큰 양이라는 뜻입니다.


태양은 양(陽)에서 분화된 사상입니다. 태양의 성질은 견실하고 강건하고 불식(不息)합니다. 태양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봄입니다. 만물은 양기의 힘으로 생명활동을 시작합니다. 하루 중에서는 동이 트는 새벽이 태양입니다. 사람의 생애 가운데는 유년기를 태양의 기운이 지배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양기를 발산하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됩니다. 몸에서는 머리가 태양입니다. 유년기의 아이들이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유난히 머리가 큰 이유도 태양의 힘 때문입니다. 이목구비에서는 귀가 태양에 해당합니다.

 


○ 소양(少陽)


소(少)는 적다는 뜻입니다. 작은 물건 네 개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양을 상형한 것입니다. 원래는 작을 소(小)와 같은 뜻으로 쓰였지만 구별하기 위해서 아래의 한 획을 추가했습니다. 양(陽)은 밝다는 뜻입니다. 소양(少陽)은 태양(太陽)보다 양(陽)이 적다는 뜻입니다.


소양은 음에서 분화된 사상입니다. 괘로 보면 음이 바탕이고 그 위에 양이 더해졌습니다. 소양은 내재된 힘이 음이고 외부로 발산하는 기는 양입니다. 이러한 소양의 특징을 내허외실(內虛外實)이라고 부릅니다. 안은 음으로 고요하고 밖은 양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계절적으로 소양은 여름에 잘 드러납니다. 여름은 에너지가 극에 달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물질화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겉에서 보기엔 양기가 충만한 계절이지만 안으로는 음기가 작동하며 에너지를 물질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음기가 있어야 열매가 익기 시작합니다. 하루 중에서는 정오가 소양이며 사람의 생애에서는 청년기가 소양에 해당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열정적이면서 동시에 결실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소양으로 본 것입니다. 몸에서는 가슴이며 이목구비에서는 눈입니다.



○ 태음(太陰) = 노음(老陰)


태는 크다는 뜻이고 음은 어둡다는 뜻입니다. 태음은 큰 음이라는 뜻입니다.


태음은 음에서 분화된 사상입니다. 괘로 보면 음 위에 음이 더해진 형태입니다. 태음은 내재하는 힘도 발산하는 기도 음입니다. 그래서 태음의 성질은 유순하고 안정적이며 부드럽습니다. 계절적으로 태음은 가을에 잘 드러납니다. 가을은 여름의 양기가 음기로 완전히 수렴되는 계절입니다. 이때 만물은 양기의 힘을 물질형태로 수렴하고 저장합니다. 구체적인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하루 중에서는 저녁 무렵이며 사람의 생애에서는 장년기가 태음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배가 태음에 해당하는데 중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치입니다. 이목구비에서는 코입니다.

 


○ 소음(少陰)


앞서 봤듯이 소(少)는 적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며 陰은 어둡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소음은 태음에 비해 음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소음은 양에서 분화된 사상입니다. 괘로 보면 양 위에 음이 더해진 형태입니다. 내재하는 힘이 양이고 발산하는 기는 음인 상태입니다. 소음의 특징은 소양과는 반대로 내실외허(內實外虛)합니다. 안으로는 양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겉으로는 음기의 영향으로 고요합니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이 소음에 해당합니다. 겨울은 봄에 땅을 뚫고 올라갈 양기를 땅속에 저장하고 있는 계절입니다. 여름이 에너지가 극에 달해 물질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면 겨울은 그 반대입니다. 물질화가 극대화되면 그 물질은 곧 에너지로 변환되기 시작합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이 에너지들은 땅을 뚫고 올라와 생명의 시작을 알립니다. 하루 중에서는 밤에 해당하며 인생에서는 노년기가 소음입니다. 이때 우리 몸은 생명의 정수를 갈무리해서 아랫배에 감춥니다.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의 아랫배가 튀어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목구비에서는 입이 소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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