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규복마 ~ 설요마령에 등장하는 도교주문 금광신주

 

오늘 본 중국영화입니다.

요즘 중국의 영화들은 3D작업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나오는데 종규복마 : 설요마령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옛부터 중국에는 사람을 신 또는 신선으로 모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복진택성군(赐福镇宅聖君) 또는 종천사(钟天师)라 불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 종규(钟馗)도 그 중 한명입니다.

 

종규가 어떻게 하여 신으로 모셔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물기원(事物起原)》에 의하면 당(唐)나라 현종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한 소귀(小鬼)가 나타나서 평소 현종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향낭(香囊)을 훔치기도 하고 옥적(玉笛)을 불기도 하며 법석을 떨기에 현종이 큰 소리로 신하를 부르자 한 대귀(大鬼)가 나타나서 그 소귀를 붙잡아, 손가락으로 눈알을 파먹고 죽여 버렸다. 현종이 놀라서 누구냐고 물으니 “신은 종남산(終南山) 진사(進士) 종규라고 합니다”라고 대답하더니 계단에 걸려 죽고 말았다. 현종이 정중하게 장례를 지내주었더니 종규는 “앞으로 천하의 요마들을 물리치겠습니다”라고 맹세하였다. 현종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 병은 깨끗이 나았다. 현종이 꿈에서 본 종규는 검은 의관을 걸치고 눈이 크고 수염이 많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칼을 차고 있었으므로 그와 똑같은 화상(畵像)을 그려 수호신으로 하였다고 한다. 한편 그와 같은 풍습은 한반도에도 전해져 종규가 악귀를 잡는 그림을 그려 벽이나 문에 붙이고, 귀신의 머리를 그려 문설주에 붙이기도 한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세상의 모든 요괴들을 죽이는 종규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여기까지가 국내에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는 이어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이렇게 황제에 의해 추천된 종규는 중국민간에 전래되어 여러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복(福)'종규, '녹(禄)'종규, '수(寿)'종규, '희(禧)'종규

'판(判)'종규, '자(子)'종규, '매(妹)'종규, '문(文)'종규

'무(武)'종규, '재(财)'종규, '주(酒)'종규, '문(門)'종규

'화(花)'종규, '천(天)'종규, '두(魁)'종규
 

앞의 글자를 붙임으로써 종규의 역할이 명시되어, 그 역할에 맞추어 종규가 도와준다고 사람들이 믿기 시작했습니다.

복을 가져다주는 복종규, 수명을 늘려주는 수종규, 대문의 신 문종규, 판관 판종규, 재물의 신 재종규, 문곡성의 문종규 등등....

 

단순하게 요괴를 죽이는 종규로서의 역할만 있는게 아닙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여러 신선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나와있는 역대신선통감(历代神仙通鉴)과

종규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전당시(全唐诗), 당일사(唐逸史), 송나라 때의 취옹담록(醉翁谈录), 사물기원(事物纪源)

등의 중국책을 참고하세요.

 

 

제가 이제부터 이야기할려고 하는 것은 종규의 비중이 별로 없으니....

종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종규복마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천년에 한번오는 음력 7월 15일에 천계와 마계의 존재들이 서로 뒤바뀌어 환생할 수 있다고 한다'고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설정 자체가 그런가보다 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지나가실 것입니다.

 

사실 이날은 중원절(中元節), 백중절(百中節), 우란분절(盂蘭盆節), 오봉절(お盆節)이라고 불리는 날로....
삼관대제(三官大帝)중 모든 인간들의 죄를 용서하는 지관대제(地官大帝)의 탄생일이면서,
지부(地府)의 문이 열려 모든 혼령과 무주고혼(無主孤魂)들이 땅위에 올라오는 날이라고 합니다.

 

도교나 중국민간에서는 이날 지관대제께 제례를 지내는 행사를 하고, 불교에서는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냅니다.
2015년 금년년의 경우 양력 8월 28일로, 예서원에서 소개한 비전참회법인 정화소지법을 실천하는 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종규복마는 중국판타지 영화답게 도교의 옥황상제와 여러 신선들이 잠깐 등장합니다.

그중에 가장 비중이 큰 신선은 악당역인 욕심많은 장도선입니다.

 

 

 

옥황상제가 천년에 한번오는 요괴들의 윤회시간이 다가와 마계와 인간계가 시끄러워질 것을 걱정하며,

마계와 근접한 인간들의 도시인 호도를 마계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줄 신선을 찾는데, 장도선이 자신이 감히 해보겠다고 나섭니다.

 

 

 

그렇게 옥황상제의 명(命)을 받고 장도선은 인간세상에서 호도라는 도시를 마계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종규복마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화라지만 무릇 신선이라면 무언가 파워풀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설정이 필요할텐데,

그냥 상상으로 그러한 설정을 만들기 보다는 도교에 전해지는 전통적인 수행법을 근본으로 하는 것이

연출효과 및 진행에 무리가 없기에 이 종규복마 역시 그러한 설정장치를 해두었습니다.

 

가상의 신선인 장도선 자신이 수행하여 얻은 힘과 그 근본이 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금광신주(金光神呪)라는 도교수행법을 오랜기간 수행하여 금광신주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신선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방출될 때 황금빛이 나오고, 황금빛 번개와 같은 힘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금광신주는 정통도장 동진부 본문류에 있는 태상삼동신주(太上三洞神呪)에 나오는 도교주문으로....

 

 

 

조만공과경(早晩功課經)을 통해 널리 유명해진 도교팔대신주(道敎八大神呪)중 하나이며....

 

 

 

태상동현삼청선경과 태양진경 및 독경용 경전, 법술서적, 부주서적에 나오는 도교주문입니다.

 

 

 

이렇게 도교팔대신주중에 금광신주만 뽑아내어 '금광주수련입문'이란 책도

중국에서 판매를 할 정도로 유명하고 기초적이며 중요한 주문이랍니다.

 

 

위 동영상은 북경백운관경악단에서 음악를 연주하면서 금광신주를 암송하는 동영상입니다.

이러한 것은 보통 도교과의(道敎科義)를 진행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위 동영상은 중국의 도교지음이라는 도교전문 사이트에서 올린 태상노군청정경이란 경전을 암송을 하는 동영상입니다.

중국어 하실줄 아시는 분이 들으시면, 처음에 기타 신주들을 암송하고 금광신주를 암송하고, 현온주를 암송한 다음

태상노군청정경을 암송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한국에서 도교경문을 독송, 송경, 암송한다는 분들치고,

도교팔대신주중 하나인 금광신주를 암송해보지 않으신 분은 아마도 생각보다 드물 것입니다.

 

 

 

 

조만공과경이나 기타 경전을 독경할 때에서는 이 금광신주를 암송만 하고 넘어가는데,

사실 정식수행법은 택일과 택방을 하고, 금광부(金光符)와 수인(手印) 그리고 심상화(心想化)를 함께 사용합니다.

 

또한 이 금광신주를 여러 도교문파에서 받아들여 각자의 전승에 알맞게 변형하여,

자신의 문파의 전승에 알맞는 신 또는 신선을 금광(金光)의 근원(根原)으로 표현하는데....

태을(太乙), 태양빛(太陽光) 등이 있으며, 신이 없는 경우는 그 근원을 보편적인 의미로 도(道)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태을은 도의 여러 쓰임중 하나입니다.

 

뭐, 금광의 근원만 다르게 표현하는가 하면 그것 뿐만 아니라 주문에도 조금 손을 대서 수지일편을 수지만편이라던가

오기등등을 오기휘휘라던가 하는등의 주문내용도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맨 앞과 맨 뒤에 내용이 추가가 되기도 하며....

수인도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건 전승에 대한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개인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도가옥황파(道家玉皇派)에는 금광신주가 아닌 천인합일금광법(天人合一金光法)이라는 것이 따로 있으며....

그 외의 다른 문파에서는 대금광신주(大金光神呪), 태을금광주(太乙金光呪) 등 금광신주와 유사한 것들이 있습니다.

 

 

 

다시 종규복마 영화로 돌아가겠습니다.

 

아까 제가 위에서 장도선의 힘의 근원이 금광신주라고 단정하였는데 황금빛을 만들어내어 쏘아내고

하는 저 액션효과만 보고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하기엔 뭔가 부족한 부분이 많죠?

 

그래서 제작진이 친절하게 영화 후반에 장도선이 마계의 령을 얻어 금광신주 주문을 암송하여 마계의 령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과정을 꽤 긴 시간동안 보여주면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 금광신주 맞다고!!!! "

 

 

 

금광신주에 관심이 있으 분은 저 한자만 봐도 무엇인지 대충 눈치채실 것입니다.

 

천지현종.... 광수억겁.... 삼계내외.... 시지불견.... 포라천지.... 수지일편.... 오제사영.... 귀요상담 정괴망형....

 

악당 신선이 쓰는거라 미안했는지 중간중간에 몇글자씩 빼먹습니다만, 금광신주의 주문입니다.

아래에 보편적으로 전해지는 금광신주의 주문을 올려보니 저 단어가 어디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天地玄宗 萬氣本根 廣修萬劫 證吾神通 三界內外 惟道獨尊 符有金光

천지현종 만기본근 광수만겁 증오신통 삼계내외 유도독존 체유금광

 

覆映吾身 視之不見 聽之不聞 包羅天地 養育群生 受持一遍 身有光明
복영오신 시지불견 청지불문 포라천지 양육군생 수지일편 신유광명

 

三界侍衛 五帝司迎 萬神朝禮 役使雷霆 鬼妖喪膽 精怪亡形 內有霹靂
삼계시위 오제사영 만신조례 역사뢰정 귀요상담 정괴망형 내유벽력

 

雷神隱鳴 通慧交徹 五炁騰騰 金光速現 覆護真人 急急如律令
뢰신은명 동혜교철 오기등등 금광속현 복호진인 급급여률령

 

단어를 찾아보긴 했는데, 한자로 되어 있으니 뭔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시죠?

이에 대한 예서원에서 친절하게 해석을 붙여봅니다.

 

천지의 현묘한 종지는 만가지 기(氣)의 근본입니다.
억겁에 걸쳐 오랫동안 닦아 깨달은 나의 신통은, 삼계의 안과 바깥에서 오직 홀로 존귀하게 있는 도(道)입니다.

 

몸에서 황금빛이 나와 나의 몸을 비추어 덮으니, (그 황금빛은)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을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천지를 포용하고 모든 생물을 기르고 성장하게 합니다.

 

한편을 수지(암송)하면 몸에서 광명이 일어나고, 삼계를 보호하고, 오제께서 맞이하시고, 만신이 인사를 하고,
뢰정을 부리고, 귀신과 요괴의 기백이 사라지고, 정괴는 형체가 사라지고, 몸 안에서는 뢰신의 은밀한 이름이 벽력처럼 울립니다.

 

그윽한 지혜가 교류하듯 통하니, (오장에) 다섯 기(氣)가 가득합니다.
황금빛(金光)이 빨리 나타나, 진인(나)을 감싸주십시요. 급급여율령!

 

자의적인 해석이라 옛 성현들께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100% 부합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략적으로 금광신주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주문인지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정도 읽어보셨으면 이제는 저게 뭔 효능이 있길래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유명한지 궁금하시겠죠?

금광신주는 체내의 선천지기(先天之氣)를 개발하고, 의지강화, 마장제거, 호신, 벽사, 정화, 물건개광의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육체가 허약한 사람이 이 금광신주 수행법을 오랜기간 하면 강해지는게 아니라 육체가 건강해집니다.

또 집중력과 의지가 강해지고 학생들의 경우 학습능력이 발달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집중력이 높아지니까요!!

그밖에 마음의 불편함이 황금빛에 녹아 흘러 사라져 마음이 평온하게 되고, 부정적인 영적 영향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됩니다.

 

물론 최소100일~수년간 꾸준히 정해진 방법대로 해야 그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양약먹는 것처럼 금광신주를 한두번 암송했다고 되는건 절대 아닙니다.

 

누구나 주문을 한두번 암송하면 된다고 우기는 분이 계시면 99.99% 약파시는 분이니 현혹되지 마세요.

또한 이러한 것에 관심 없으신 분들도 혹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도리어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 도가옥황파(道家玉皇派)에서 공개한 독송용 고상옥황본행집경(高上玉皇本行集經)에 수록된

금광신주를 중단할 때 암송하는 주문이 따로 있고, 그와 별개로 예서원의 전승에는 마무리 심상화 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이는 그냥 금광신주를 암송하는 것을 중단하고 끝내도 되지만,

이 방법들이 같이 하게되면, 수련을 통해 만들어낸 공력(功力)을 최대한 낭비 없이 보존할 수 있게 됩니다.

 

굳이 비유하여 표현하자면....

150km로 달리던 자동차를 급브레이크 밟아 자동차를 멈추는 것과, 천천히 감속하여 멈추는 것의 차이가 알맞을듯 싶습니다.

 

 

 

 

 

중국에는 이렇게 금광신주를 수련한 사람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금광신주나 금광부가 새겨진 물품들도 있습니다.

 

위와 같이 만들어진 물품에 개광(開光) 법술을 행하여 부적과 같은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물건의 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지만 이 개광을 한 것과 안한 것에 대한 가격차이가

중국에서는 상당히 크며, 심지어 1.5배~2배가량 가격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마치 유명 아이돌이나 배우가 한번 만지거나 착용했던 물건을 사는 것처럼 비쌉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장도선은 종규를 시켜 훔친 마계의 령을 이 금광신주를 이용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옥황상제를 뛰어넘고자 한 것입니다.

 

 

 

하지만, 설요의 방해로 마계의 령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들지 못하고 결국 종규에게 죽습니다.

 

 

 

아!! 부처님의 손바닥안에 있던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종규복마의 장도선도 옥황상제의 손바닥안에 있었던건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이번 기회에 종규를 등용하여 일시킬려는 옥황상제....

 

 

하지만 옥황상제의 페이나 제안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지 종규는 조용히 천계가 아닌 마계로 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비록 전체적인 영화평점은 다른 분들과 같이 높이 주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이 설명한 여러 설정들이 곳곳에 녹아있는게 보이기에 상당히 만족스럽게 보았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죠?

정말 그런거 같습니다.

 

국내개봉은 아직 예정이 없기에 직접 영상을 구해야 합니다만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영화를 보실려는 분이 계시다면, 위에 설명드린 내용을 기억하면서 한번 보시면 좋을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