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을 안아 강을 건너게 해준 스님 이야기의 진실...
2분의 스님이 길을 가고 있다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그 강가에는 한 여성이 물이 깊어 강을 건널 수 없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한 스님이 여성을 업어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두 스님은 다시 길을 한참 걷다가 한 스님이 비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대는 승려다. 승려는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대는 여자를 업어 건네주었다.
그것은 승려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때 여자를 업어 건네주었던 스님은 대답했습니다.
“그대는 내가 강을 건너며 내려놓은 그 여성을 아직도 업고 있단 밀인가!?”
이 이야기는 사미승과 큰스님의 이야기 또는 당 헌종 때의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 선사 일화
또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하라 탄잔(原坦山, 1819~1892) 스님 일화로 한국에 알려져 있습니다.
단한천연 선사님의 일화라고 하기에는 최초출처나 중국웹에서의 소개가 없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하라 탄잔 스님의 일화라고도 하기엔,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닌 애매한 이야기가
바로 '강을 건너지 못해 곤란한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너게 해준 스님' 일화입니다...
일본의 하라 탄잔 스님의 일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탄잔 스님 전집(坦山和尚全集) P385
하라 탄잔 승려의 수행시절 여러 분의 선지식을 찾아 두루 다니던중 좁고 진흙탕인 샛길을 걷던 소녀를 구하기 위해 그것을 안고 발판이 좋은 곳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그것을 본 동행 스님이 "스님에게 있어서는 안 될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힐책하자, 하라 탄잔 스님은 태연하게 "자네는 아직 그 소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나? 나는 그때 뿐이었는데..."라고 응수했습니다.
2. 일일일승(一日一禅) P54
큰길 두 사람과 마주치는데도 샛길의 진창에 발이 빠져 고생하는 16살쯤 된 소녀를 행각승 하라 탄산 스님이 보다 못해 옆길로 피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동행한 마로가쿠 스님이 출가의 몸으로 여자를 안았다고 그 잘못을 탓하는 것을 하라 탄잔 스님은 집착은 너에게 있다고 응수합니다.
3. 기타
엄격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사찰의 주지 등을 역임하신 하라 탄잔 스님은, 장년시절 동료 스님인 마로가쿠 에키도(1805~1879) 스님과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릎까지 메워질 것 같은 진흙으로 가득한 좁은 샛길을 지나가고 있는데, 좁은 길 너머에 16세 정도의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좁은 샛길이고 두 스님의 몸집 때문에 소녀와 엇갈려서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소녀가 길을 지나갈 수 없어 곤란해하자, 하라 스님이 소녀에게 "네, 잠깐만요."라고 말하고, 소녀를 안아 빙글 한바퀴 돌아 진흙탕이 아닌 곳까지 옮겨주었습니다.
약 100미터를 지나 마로가쿠 스님이 하라 스님에게 "하라씨. 안돼요. 승려는 부정한 여자 손도 잡으면 안된다는데 그런 식으로 안고 이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앞으로는 자제해주세요." 이에 하라 스님은 크게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마로가쿠씨는 꽤 무뚝뚝한 호색가군요. 내가 벌써 두고 온 소녀를 아직도 안고 있다니..." 이 말을 들은 마로가쿠 승려는 정곡을 찔려 완전히 창피 당하고 말았습니다.
4. 좁은 샛길 대신 얕고 좁은 강으로, 승려와 사미승으로 변형된 이야기(이미지로 대체합니다.)
1~3번째는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좁은 샛길에서 곤란해 하는 소녀를 돕기위해
하라 스님이 소녀를 안았던 일화가 나오고...
4번째는 저희가 아는 대로 각색된 내용이 나옵니다.
앞서 소개한 '강을 건너지 못해 곤란한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너게 해준 스님' 이야기의 구조나 대답이
모두 하라 탄잔 스님의 일화와 그 변형과 같기 때문에 단하천연 선사의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도 이렇게 깊게 파고들다보면 이런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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