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문제 :
예로부터 우리 선대들은, 제왕의 허물을 꼬집고자 하늘이 일식을 행한다 여겼다. 하여 구식례(일월식에 임금이 하늘에 행하는 의식)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오늘날까지도 하늘의 노여움은 풀릴줄을 모른다. 허면 제왕은 일식의 변을 막고자 무엇을 해야하겠는가?
구해령이 적은 내용 :
해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면서 달이 해를 가리면 일식이 되고, 지구가 달를 가리면 월식이 된다. 이는 하늘의 꾸짖음이 아니라 천체의 운행과정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법칙이니 제갈량이 살아돌아와도 막을 방도가 없다. 허나 그것을 어찌 여기는가는 오로지 사람의 뜻이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두렵기 때문에 나쁜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하늘이 움직이는 이치를 깨닫고 나면, 일식은 흉변이 아니라 철좋은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지유수야(智猶水也) 불류즉부(不流則腐)
지식은 물과 같아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기존의 어렵고 복잡한 한문역사대신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쉽게 쓰인 언문역사 한권이면 만백성을 향한 물꼬를 틀 수 있다. 바로 알고 바로 보는 것. 이것이 일식의 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 동궁전 >
세자 : 겁도 없이 이런 글을 쓰는구나. 내 시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구해령 : 전하께서 일식을 막을 방도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틀리셨습니다. 저의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하늘을 막을 수 없습니다. 구식례가 일식을 끝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일식이 끝날 때까지 구식례를 행했기 때문이지 구식례 때문이 아닙니다.
세자 : 이 나라 조선에서 하루 한끼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라도 될거 같으냐? 이 나라 조선에서 병이 들었다고 의원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또 몇이나 될거 같으냐?
구해령 : 모르겠...
세자 : 모르겠지? 그대는 귀하디 귀하게 태어나 단 하루도 그리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서책 한권이면 만백성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느냐? 조선은 가난한 나라다. 열에 다섯은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며 잠들고, 열에 여섯은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자식이 죽어도 제대로 된 무덤을 해주지 못하고 슬퍼할 새도 없이 끼니를 구해야 하는 백성들에게 서책이며, 하늘의 이치따위가 얼마나 한가하고 사치스러운 일인지 아느냐? 뭔가 배우고 깨닫는 것조차 너와 나같은 사람이 누를 혜택임을 네 알고 있느냐? 조정에서 구식례를 행하는 것은 오로지 백성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별일 없을 것이다. 두려워 말라. 그 말을 전하고 싶어서. 그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서... 그래서 허공에 절을 올리고 악기를 두드리는게지. 해서 나의 시제도 너의 시원도 틀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견이 있느냐?
- 신입사관 구해령 5화 -
드라마이지만 정말 옳은 말을 하고, 국가의 안위를 태을신수로 측국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상적으로 제왕이 가져야 할 덕(德)을 가리키는 내용도 있어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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