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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칼럼

푸루사르타(Purusartha) ~ 고대 인도인들의 인생관

by 예경 2020. 2. 5.

 

푸루사르타(Purusartha) ~ 고대 인도인들의 인생관

 

 

인도인들의 인생관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들 정체성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힌두교 철학은 이들에게 공통의 가치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4가지 인생 목표'를 의미하는 '푸루사르타(Purusartha)'와 '인생의 4가지 단계'를 의미하는 '아쉬라마(Ashrama)'가 그것이다. 전통 사회에서부터 공고하게 내려오는 이러한 관념들은 지금의 인도인들에게도 상당부분 남아 있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들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신봉하는 힌두교식 세계관에 따르면, 이곳 현상계는 고통의 바다이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은 '무지'로 인해 '그릇된 욕망'을 일으킨다고 하고, 그 그릇된 욕망은 '카르마(Karma)'를 발생시켜 해당 존재로 하여금 윤회의 굴레에서 끊임없이 뒹굴게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고통에서 궁극적으로 해방되는 길은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올바른 자아관을 획득해 '해탈(Moksha)'에 이르는 것이라 보고 있다.

 

 

1. 푸루사르타(Purusartha)

 

 

푸루사르타(Purusartha)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람이 추구해야할 목표'라는 뜻이다. 힌두교의 핵심적인 개념들 중 하나로서, 인도인들이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카마(Kama) : 카마는 육체적, 물질적 쾌락이나 환희 등 주관적 만족감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욕망, 바람, 열정, 감정, 오감의 쾌락, 심미적 즐거움, 애정과 사랑, 성욕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그 추구 방식 역시 다르마에 부합해야 한다. 세속적 성취를 의미하는 아르타나, 소명과 의무를 의미하는 다르마와 더불어, 궁극적 해탈을 의미하는 목샤에 도달하기 위해 빠지지 말아야할 필수적인 가치이다.

 

탈속적이고 금욕적인 가치인 목샤의 완전한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터부시하거나 죄악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마의 추구를 목샤 달성을 위한 기본 전제로 생각하는 등, 힌두교의 중도적 관점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4가지 목표 중 가장 낮은 단계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가치로 생각되었다. 또한 그 추구 방법에 있어 사회적 규범 혹은 개인의 소명과 의무를 의미하는 다르마에 부합해야 하는 단서가 붙는다. 과도한 탐욕은 그 자체로서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목샤를 달성하는데도 방해되기 때문이다. 욕망, 쾌락 등 물질적 혹은 본능적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에, 수드라 계급과 연관이 있다.

 

아르타(Artha) : 아르타는 '삶의 수단'이라는 뜻으로서, 삶에서 획득가능 한 재물, 권력, 명예 등 세속적 성취를 의미한다. 물론 추구 방식은 다르마에 부합해야 하고,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사취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본능적 욕망을 의미하는 카마나, 소명과 의무를 의미하는 다르마와 더불어, 궁극적 해탈을 의미하는 목샤에 도달하기 위해 빠지지 말아야할 필수적인 가치로 인정된다.

 

국가적 레벨에서의 번영이나 영광으로 의미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인적인 성취를 뜻하며, 사회적인 가치인 다르마와 다소 상충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카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추구나 행사 방법에 있어서는 사회적 규범 혹은 개인의 소명과 의무를 의미하는 다르마에 부합해야 하며,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사취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가정을 부양하고 대를 잇기 위해서는 아르타의 추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욕망 자체는 긍정되지만, 맹목적인 탐욕은 지양되며 일정 정도의 절재와 냉정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재산이나 이익과 같은 세속적 성취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샤 계급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다르마(Dharma) : 다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유지하다 혹은 보존하다'라는 뜻의 동사 '드리(Dhri)'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인도 전통 철학에서 규범, 원칙, 의무, 교리 등과 같은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1:1로 대응되는 알맞은 용어는 없지만, 힌두교 전통에서는 우주의 법칙 내지 보편적인 도덕원리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불교나 자이나교, 시크교와 같은 비베다 전통들의 경우도 '진리', '교의', '법칙'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한역 불경에서는 '달마(達磨)'로 음역되거나 '법(法)'으로 번역한다. 다르마는 우주의 근본 질서 혹은 자연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소명과 의무, 사회 규범, 종교적 헌신 등을 포괄한다. 일종의 인간이 따라야할 당위 규범으로서, 세속적 가치 중 으뜸이다. 본능적 욕망을 의미하는 카마나, 세속적 성취를 의미하는 아르타를 추구하는데 있어, 윤리적인 한계를 설정하고 바람직한 행사를 위한 방향타의 역할을 한다.

 

다르마는 개별 카스트나 지역에 따라 매우 탄력적인 윤리 관념을 제시하기 때문에, 기독교의 10계명 같은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윤리 규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사랑, 관용, 정절 등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살인이나 도둑질도 다르마에 부합하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예를 들자면, 크샤트라아의 경우 엄정한 국가 통치를 위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다르마에 부합하므로 부득이 살육 행위가 허용될 수 있으며, 바이샤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다르마에 부합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바가지나 사술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르마는 일반적인 윤리 준칙들의 상위 개념으로서 일종의 느슨한 형태의 당위 내지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힌두교는 근세 서양 철학자들로부터 윤리체계가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다르마의 비정형적 특성은 마하바라타나 바가바드 기타를 통해서도 극적으로 표현된다. 카우라바 형제들과 판다바 형제들간의 대전쟁 과정에서 양측 모두 다소간 악날한 사술을 동원해 상대방을 제압하려 했으며, 그 모든 것이 공공선의 관점에서 다르마에 부합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또한 아르주나가 적진에 포진한 자신의 친족들을 목도하여 전쟁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졌을 때, 크리슈나는 크샤트리아로서의 의무의 이행과 다르마의 추구에 대한 설법을 배품으로써 그가 다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했다.

 

인간이 따라야할 당위 규범으로서, 세속적 가치 중 으뜸인 것이다. 또한 다르마는 업과 윤회 관념과 결합되어, 다르마의 준수를 통해 현세의 행복뿐만 아니라 내세의 행복을 획득할 수 있다는 현세적이면서 초월적인 윤리관을 제시한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궁극적 목적인 목샤보다 더 중시되기도 했다. 의무나 규범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크샤트리아 계급과 깊은 연관이 있다.


목샤(Moksha) : 목샤는 해방 혹은 해탈을 의미하며,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절대적 구원이자 최상의 쾌락이다. 인도인들은 현상세계를 끝없는 윤회가 반복되는 고통의 근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무상한 실체를 강조하여 환상이란 의미의 '마야(Maya)'로 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구원은 우선 다르마를 준수하여 그 공덕을 바탕으로 천상에서 환생하는 방법과 목샤에 도달하여 윤회의 굴레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방법으로 난뉜다. 다만 전자의 경우 천상에서 태어난다고 할지라도 그 업보에 따라 지상으로 언제든지 환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구원방법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목샤가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구원으로서 추구된 것이고, 기복신앙에서부터 고행명상, 그리고 제사에 이르기까지, 힌두교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행방법들은 모두 목샤를 획득위해 제시된 주요 방편들이라 할 수 있다.

 

본능적 욕망을 의미하는 카마나, 세속적 성취를 의미하는 아르타, 그리고 소명과 의무를 의미하는 다르마는 목샤에 도달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전제들로 여겨진다. 인생의 4가지 단계인 아슈라마(Ashrama) 역시 목샤를 성취하기 위한 모범적인 인생 스케줄이며, 최종 단계인 유행기(Sannyasa)에 이르러서야 달성 가능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탈속적 혹은 궁극적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에, 브라만 계급과 연관이 깊다.

 

 

이 중 카마와 아르타의 경우 다르마 보다는 후순위로서, 그 구속을 받는다. 이들을 추구하는 것은 다르마에 부합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카마와 아르타가 천하게 취급받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들이 조화롭게 충족되는 삶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카마와 아르타를 추구하는 것을 목샤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마와 아르타가 충족되는 복된 삶을 누렸다면, 세속적 가치로부터 탈피하여 궁극적인 구원의 길인 목샤를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물질적 가치, 세속적 가치, 윤리적 가치, 초월적 가치를 모두 중시하는 힌두교의 중도적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가치관들은 전통 사회에서 매우 중시되는 부분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본주의, 물질주의 등의 영향으로 세속적 가치(아르타, 카마)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 목샤에 이르는 길

 

힌두교에서는 목샤에 이르는 길로 다음 3가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즈나나 요가'와 '카르마 요가', 그리고 '박티 요가'로 바가바드 기타를 통해서도 매우 대중화되었다. 이러한 3가지 요가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날 뿐, 그 지향점은 목샤의 도달로 통일된다.


즈나나 요가(Jnana Yoga, 지혜의 요가)는 전통 우파니샤드 철학에서 제시된 구원론으로서, 올바른 지혜와 통찰을 통해 고통부터 해방되는 방법을 말한다. 일체의 고통은 나(我)와 내가 아닌 것(非我)을 구별(분별심)하는 무지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근원적 지혜를 여실히 깨달음으로써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깊은 명상과 철저한 요가 수행을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무상의 경지에 머무름으로써 자의식의 멸각(삼매, Samadhi)과 목샤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탈속한 전문 수행자들을 전제로한 방법론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따라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편이다.


카르마 요가(Karma Yoga, 행위의 요가)는 즈나나 요가에서 나타난 탈속적 지향과 달리, 세속적인 삶을 거부하지 않고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본래 자신에게 주어진 각종 다르마(카스트 의무 등)를 충실히 이행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거나 헛된 욕망을 품지 않는 것 만으로도 목샤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행위 그자체가 카르마를 발생시킨다는 전통적인 카르마, 윤회관을 재해석하여, 행위에 내제된 동기와 그 결과에 대한 집착이 카르마를 발생시킨다는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 대체로 각종 제례의식을 충실히 거행하고, 공덕을 쌓는 것을 주요 방법론으로 한다. 이는 출가 수행을 기반으로 하는 초기 우파니샤드 전통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구원의 가능성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박티 요가(Bhakti Yoga, 사랑의 요가)는 박티 신앙의 구원관으로서, 절대적 신성에 대한 지고한 헌신과 그로부터 받는 은총을 통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정 신격을 설정하여 그를 열렬히 애정하는 사심없는 봉헌을 통해, 그 신격과 합일되어 목샤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 브라만교의 계급적 폐쇄성과 우파니샤드의 탈속적 경향을 타파하는 관점으로, 수드라나 여성이라 할지라도 절대적 가치에 귀의함으로써 구원될 수 있다는 완전히 개방된 길을 제시한다. 또한 기존의 고차원적인 사색이나 고행의 방법 외에 매우 대중적인 구원관을 추구한 것으로서, 현재 힌두교 신앙체계의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2. 아슈라마(Ashrama)

 

아슈라마(Ashrama)는 힌두교 전통에서 말하는 인생의 4가지 단계를 의미한다. 푸루사트라의 4가지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생 단계에 따른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규정한 것으로서, 일종의 정형화된 인생 스케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을 최장 100년으로 전제하여 25년씩 4가지 단계로 나누고 있다. 각 단계의 목표는 개인의 영적 성장과 발전이며, 궁극적 종착지는 목샤의 획득에 있다. 이러한 4가지 단계는 설정된 나이와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성취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순서나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관점도 존재한다.

 

학생기(Brahmacharya, 0세 ~ 25세) : 학생기는 완성된 인생을 이루기 위한 초기 준비 기간으로, 삶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시기이다. 스승(Guru)으로부터 베다 공부를 포함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며,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아 나아간다. 성인식에 해당하는 우파나야나를 거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시작되는데, 그 거행 시기는 카스트마다 다르다.

 

가주기(Grihastha, 25세 ~ 50세) : 가주기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활발한 시기로서,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고 가정을 이루며, 그들을 부양하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시기를 말한다. 그리고 공동체에 헌신하며, 신과 조상에 대한 제사를 책임지는 시기이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며, 다르마가 하락하는 한에서 카마와 아타르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임서기(Vanaprastha, 50세 ~ 75세) : 임서기는 은퇴의 단계로서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은둔수행에 들어가는 시기이다. 세속의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넘기고 그들을 위한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베다 공부와 의례 준수, 명상 수행 등에 집중한다.

 

유행기(Sannyasa, 75세 ~ ) : 유행기는 세속적 욕망을 완전히 차단하고 수행에만 매진하여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세속과 완전히 단절되어 탁발에 의지하며, 그동안 쌓아올린 영적인 성취를 바탕으로 목샤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러한 4단계는 재생자(Dvija)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남성 상층 카스트(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실질적으로는 최상 계급인 브라만들을 위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1단계와 2단계가 이행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3,4단계는 극소수 브라만들만이 이행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기간이나 시기도 탄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상층 카스트들에게만 적용되는 선택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3. 재생자(Dvija, 再生者)

 

재생자(Dvija, 再生者)는 산스크리트어로 '두번 태어난자'라는 의미로, 신체적 출생과 별개로 영적인 출생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자라는 힌두교식 개념이다.

 

힌두교 전통에 의하면 인간은 부모로부터 출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지만 그것은 외적인 탄생을 의미할뿐,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이며, 성인식에 해당하는 우파나야나(Upanayana)를 거쳐야만 삶의 진정한 주체로서 완전히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파나야나 의식을 통해 재생자로 인정되면, 베다를 공부할 수 있는 자격과 최고의 종교적 가치인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다만 마누법전에 의하면, 상위 카스트에 해당하는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그리고 바이샤만이 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수드라나 불가촉천민들은 애초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는 가장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브라만을 위한 차별적 개념으로 보인다.


고대 베다 경전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나, 기원전 1세기경 정립된 '다르마수트라(Dharmasutra)'에서 언급되기 시작했고, 마누법전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확립되었다. 인생의 4가지 단계를 의미하는 '아슈라마(Ashrama)'와 관련 깊은데, 그 중 첫번째 단계인 '학생기(Brahmacharya)'의 시작은 우파나야나 의식을 통과하면서부터이다.

 

 

4. 바르나(카스트) 제도

 

(1) 브라만(Brahmin)

 

브라만(Brahmin)은 카스트 제도(바르나)에서 가장 높은 계급을 말한다. 힌두교의 창조신 혹은 궁극적 실재를 의미하는 브라흐만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한역 불경에는 바라문(婆羅門)로 음역되어 있다. 사제, 승려 등 성직자나 학자에 해당되는 계급으로, 베다를 연구하고 전승하며, 제례 의식을 독점적으로 주관할 수 있는 고귀하고 정결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러한 권위는 힌두교 특유의 정-부정 관념에 의해 뒷받침 된다.


리그베다에 기술된 창조설화에 따르면, 브라만은 최초의 원인(原人) '푸루샤(Purusha)'의 입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마누법전에서는 크샤트리아, 바이샤와 함께 재생자(드비자)[1]로 인정되어,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청정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여겨진다. 본래 신과의 중간자 혹은 신의 대리자로서 크샤트리아 보다 높은 존재이지만, 실질적인 권력 행사나 통치 행위는 브라만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크샤트리아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 크샤트리아(Kshatriya)


크샤트리아(Kshatriya)는 카스트 제도(바르나)에서 두번째로 높은 계급을 말한다. 한역 불경에서 찰제리(刹帝利)로 음역되어 있다. 브라만을 보위하며, 나머지 계급들에 군림하고 그들을 통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주로 왕족, 귀족, 정치가, 행정가, 군인, 경찰 등 실질적인 통치작용을 하는 집단들을 구성했다. 리그베다에 기술된 창조설화에 따르면, 크샤트리아는 최초의 원인(原人) '푸루샤(Purusha)'의 팔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마누법전에서는 브라만, 바이샤와 함께 재생자(드비자)[1]로 인정되어,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청정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크샤트리아 집단으로는, 고대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가 속했던 카필라성의 샤카족과 가깝게는 근세까지 전사집단으로 이름 날린 라지푸트 일족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부 크샤트리아의 후예들은 조상 때부터 보유해온 궁성 혹은 토지를 소유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3) 바이샤(Vaishya)


바이샤(Vaishya)는 카스트 제도(바르나)의 세번째 계급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농업과 목축, 상업, 공예 등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평민들을 의미했다. 고대부터 생산활동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승함으로써, 소속 국가의 산업을 지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상당한 경제력(지주 계급이 되는 등)을 확보하여 실제 카스트 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리그베다에 기술된 창조설화에 따르면, 바이샤는 최초의 원인(原人) '푸루샤(Purusha)'의 다리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마누법전에서는 브라만, 크샤트리아와 함께 재생자(드비자)[1]로 인정되어,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청정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여겨진다.


최근 상당수의 바이샤 계층들이 하위 카스트들에 대한 쿼터제(Reservation Seats)로 인해 혜택의 사각 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아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구자르 폭동 사태와 같이 전통적으로 농업 및 상업에 종사해 왔던 바이샤 계층들이 자신들의 카스트를 스스로 강등하여 지정 부족(ST) 혹은 기타 소외 계층(OBC)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도 많아지고 있다.

 

(4) 수드라(Shudra)


수드라(Shudra)는 카스트 제도(바르나)에서 네번째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천민 혹은 농노, 노예에 해당하는 신분으로 일반적으로 고된 육체 노동이나 천대받는 서비스업에 종사했으며, 상위 카스트들과 구별되어 의식주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다.


이들의 조상은 고대 아리아인들의 정복 과정에서 피지배 집단으로 흡수되어 온 선주민들로 보인다. 리그베다에 기술된 창조설화에 따르면, 수드라는 최초의 원인(原人) '푸루샤(Purusha)'의 발에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와는 달리 재생자(드비자)로 인정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다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했고, 사원에 출입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바이샤와 크게 다르지 않게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크샤트리아와 같은 군인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들 중 다수는 기타 소외 계층(OBC)에 속하여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5) 불가촉 천민(Untouchable, 不可觸賤民)

 

불가촉 천민(Untouchable, 不可觸賤民)은 힌디어로 달리트(Dalit, दलित)[1] 혹은 하리잔(Harijan, हरिजन)[2], '파리아(Pariah)', '아추트(Achut)'라고도 하며, 4가지 카스트에도 들지 못하는 최하의 계급으로서 사실상 5번째 계급에 해당한다.

 

불가촉천민의 기원과 관련된 명시적인 언급은 발견되지 않지만, 카스트 제도가 성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4개의 바르나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 계급이 더 추가되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조상은 밀림이나 산지에서 원시 생활을 누리고 있던 인도 선주민들로 추정되는데, 아리아인들의 정복활동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그 들 중 일부는 수드라 계급으로 다른 일부는 불가촉천민의 형태로 인도 고대 사회에 점차 흡수되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정복되지는 않았지만 인도 문명권에 뒤늦게 편입된 비주류 토착민들도 이들의 일부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형성된 피정복민의 지위가 사회제도상의 차별의 형태로 고착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불가촉천민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으면서 사회에서 가장 더럽고 혐오스러운 일들을 맡으며 살아가야했다.

 

(*) 인도역사 전문가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님의 [인도 100문 100답] 45. 카스트는 아리야인이 토착민을 정복하여 만들었는가?

 

중아아시아 카스피해 부근 어디에선가부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유목민들을 우리는 아리야인이라 부른다. 그들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인도아대륙으로 들어왔는데 그때가 기원전 1,500 년경이다. 아리야인들은 철저하게 유목 생활을 하면서 동쪽으로 계속 이주를 하며 살았는데, 아직 정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유물은 없고, 그들이 남긴 베다(Veda)라고 하는 장르의 몇몇 경전들이 있어 그 시대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 베다들을 보면 그들이 들어왔을 때 이 지역에는 드라비다인을 비롯한 토착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인더스문명을 건설한 주인공인지의 여부는 확실치는 않지만, 정주 생활을 한 것은 분명하다. 아리야인들은 한 번에 다 들어 온 것이 아니고 여러 차례 걸쳐서 물결 모양으로 이 땅에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토착민과 많이 싸웠다. 처음에 토착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리야인들은 자신들을 아리야 즉 우월한 자, 토착민을 야만인이라 불러 구별했으나, 점차 그 둘이 융합되면서 구별이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리야인이라 해서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것도 아니었고, 토착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합종연횡의 과정을 거치면서 바라뜨(Bharat)라고 하는 ‘인도’의 민족이 형성되어 갔다.

 

인도 땅에 들어온 지 500 년 정도가 지난 기원전 1,000 년경에 철이 발견되고 그것으로 철제 도구와 무기가 점차 널리 사용되었다. 사회는 점차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철저하게 소를 확보하고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업이었으나 이제는 그것과 함께 어느 정도 농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부족 정치체와 수행하는 전쟁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업이었다. 그 전쟁을 이기기 위해 제사장이 필요했다. 제사장은 전쟁을 독려하고, 희생물을 신에게 바쳐 물질적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기원했다. 또 전쟁을 직접 수행하면서 지휘하고, 부족의 행정 일을 맡는 사람들도 필요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목축이나 농경의 일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전쟁의 일을 맡는 사람들이 필요하였다. 첫 번째가 브라만이고, 두 번째가 끄샤뜨리야고, 세 번째가 바이샤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이들이 슈드라다. 처음 셋이 생길 때는 사회적으로 기능이 분담되었을 뿐, 위아래의 계급의 의미는 아직 없었다. 갠지스강 중상류 유역에 정착을 하면서 수 십 개의 도시와 열여섯 국가가 북부 인도 전체에 생긴 시기에 제사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네 계급 가운데 브라만이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고, 국가 권력을 차지한 끄샤뜨리야와의 최고 권력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었다.

 

이 넷을 그 사람들은 바르나(varna)라고 불렀는데, 그 뜻은 색(色)이라는 뜻이다. 후대 신화에 보면 브라만은 흰색, 끄샤뜨리야는 붉은색, 바이샤는 노란색 그리고 슈드라는 까만색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브라만은 아리야인이라서 서양인과 같이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흰색이고 끄샤뜨리야는 몽골인종으로 붉은색, 바이샤는 동남아시아인과같이 노란색 그리고 슈드라는 남쪽으로 쫓겨 내려간 드라비다인이라서 까만색이라며 인종 구분설을 폈다. 전혀 역사적 실체가 없는 억지 주장이다. 그들이 인종적으로 그렇게 나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토착민과 아리야인들은 그 바르나가 발생했을 때는 이미 다 섞여버려서 그 구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도 사람들은 그 시기부터 그 이후로 모든 우주를 셋이나 넷으로 구분하기 좋아하는데, 항상 그것을 색으로 표현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대표적 힌두 일원론 세계의 속성을 나타내는 따마스(Tamas)-라자스(Rajas)-삿띠얌(Sattiyam)이 있다. 따마스는 세계가 암울하여 까만색, 라자스는 그것을 극복하여 붉은색 그리고 삿띠얌은 최종적으로 진리에 도달하는 흰색으로 표현한다.

 

바르나 즉 카스트는 아리야인들이 인도아대륙에 들어오면서 민족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만든 사회 계급 제도의 전형이다. 그 과정에서 아리야인과 토착민의 구분은 없다. 따라서 카스트는 아리야인들이 토착민을 지배하기 위해 고안한 인종 기반 한 제도가 아니다. 이런 이론은 식민주의자들이 왜곡한 이론으로 유럽인이 인도를 역사가 시작한 때부터 숙명적으로 지배하였다는 것을 보여주어 자신들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 하려는 것이다.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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